♣ 능금이의 방/* 능금이 간증문

6인실 병동과 커텐 한 자락

능금이 2016. 6. 25. 13:39

남편의 오른 쪽 무릎 수술을 주의 손길과

지체님들의 중보기도로

은혜가운데 잘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밤새 집중치료를 받은 뒤

병실로 돌아와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가끔 기차가 지나가며 털커덕 털커덕 내는 바퀴소리가

정겹게 들려와서 마치 어느 시골 동네에 와 있는 느낌이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해줍니다.

 

지은 지 얼마 안되는 새 건물이라 모든게 깨끗하고

옛날에 병원 냄새의 대명사였던

크레졸 소독약 향기도 없어서 참 좋습니다.

 

하룻밤에 오백만원짜리 VVIP 고객들이 사용하는

최고 비싼 병실부터 만 원짜리 방에 6 명의 환자들이 오글오글 모아져

넉넉치 못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의 병실까지

방마다 차고 앉아 각자의 아픔과 상처들을 치유 받으며

회복의 기다림으로 분초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열댓 평 되는 공간에 복도를 사이에 두고 두 줄 열을 지어

각자 배당 받은 두 평 남짓의 땅을 내 것이라 차지하고

커텐 한 자락 씩 두르고 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묵상이 됩니다.

 

얇은 천 한 자락 씩 가려 놓고 벌거벗은 몸을 치료도 받고

입 벌리고 코를 골며 잠도 자고 ,노트북 자판기 두들기는

소리도 들려오고 가끔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자기들끼리 둘러 앉아

냠냠거리며 맛있는 음식 먹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다 보니

그동안 병원 들락거릴일도 많아서

병실 생활의 경험이 꽤나 있는 셈인데

서로서로 급한 일들을 돌보아주고 챙겨주기도 하면서 사람 사는 향기를 풍기고 지내던 예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진 삭막한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커텐 한 자락이 세워 놓은 벽 때문일런지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천 한 조각만 둘러져 있어도 이렇게 서로 얼굴도 모르고

인사도 나누지 않게 되고 먼저 고침받아 나가는 사람도

언제 짐을 싸서 나갔는지 모르게 텅 비어져

그제야 열려진 커텐안의 풍경이 휑하게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커텐 한 자락의 벽이 주는 답답함을

묵상하다보니 혹시 눈에 보이지 않으나

더 두꺼운 죄로 가려진 벽이 나와 주님사이에 있다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슬그머니 듭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벽이 생긴다면

그 이유는 필경 죄 때문일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사단의 꼬임에 넘어가 지은 죄로 인하여

서로 대면하여 보던 하나님 사이에

무화과 나뭇잎의 벽을 만들고

나무 뒤로 숨어 손 한뼘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몸짓을 하지만

전능하신 아버지께서는 이미 예수님의 살과 피를 흘려

찢어 만드신 가죽옷을 예비해 두고 계셨기에

친히 찾아 내려 오셔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지금도 나를 부르시며 네가 어디 있느냐 하고

늘 찾고 계심이 들리는 것은

아버지와 나 사이에 뜨거운 햇볕같은 주의 법 앞에서

바스라 없어질 무화과 나뭇잎 대신 입혀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죽옷이 있기 때문입니다.

 

창세전의 언약으로 당신의 자녀들로 택해 두신

잃어 버린 그 한 사람을 찾아내시려고

주님은 부지런히 쓸고 닦으시며 드라크마를 찾고 계십니다.

 

가리워진 커텐 사이로 옆 침대 환자의 코고는 소리와

기차 레일바퀴 소리가 합창으로 들려옵니다.

두 평의 바닥에 금 그어진 내 몫의 공간에서는

남편이 아픈 무릎을 높이 들고 코를 골고 있습니다.

 

이제야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귀에 조금씩 들려 온다고 하는 남편의 마음에 커텐 한 자락 같은 죄의 벽들이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지나 허물어지고

아픈 다리가 무쇠같은 새 다리로 고침받아

이 병실을 떠나는 그날이 오는 것처럼

말씀으로 깨어지고 눈물로 녹아져서

주를 만나는 날 올 것을 믿고 기다리며

돕는 배필이 되어 죽어지고 또 죽어지며

제게 맡기신 사명 잘 감당하길 원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씀하시는 주의 말씀으로

위로 받으며 커텐 안의 여섯 남자들과

기차가 불어대는 합창소리에 잠못들며

나의 사랑하는 주의 음성에 귀 기울입니다!

 

주님!

내 사랑하는 주님!!!

주를 뵈올 그날이 오기를 오늘도 기다리며

주께 내 마음과 사랑과 눈물을 바치나이다!!!

주님 속히 오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