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금이의 방/* 능금이 간증문

할배이야기!

능금이 2011. 6. 14. 20:08

요즘은 얼마나 날이 빨리 지나가는지 정신을 못차릴 정도네요.

월요일이다 싶으면 어느새 주일....

해가 빨리 뜨니 새벽이랄것도 없지만 4시반 부터 시작된 일과는 후다닥거리며 뛰어다니다보면

어느새 저녁... 밤이 다가와 있습니다.

 

주님 뵐때까지 이세상 살면서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오늘 또 한 자락 풀어놓을 이야기가 있어서요!! ^^

 

저희 요양원에는 44분의 환자들이 계십니다.

정말 갖가지의 삶의 형태들이 여기도 있습니다.

대부분 진폐증 환자님들이시라 호흡기 환자들이 많으십니다.

연세들은 40대 후반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십니다.

이십여년 씩 이 병원저 병원 전국의 진폐 요양원을 두루 다니시면서 환자로서 살아가노라니

어찌보면 병으로 인하여서라기보다  입원하는 그날부터

죽음의 길로 돌아가는 날까지 창살없는 감옥같은 삶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외상들이 없으니 어떤 분들은 환자 같아 보이지도 않아서

일반 세상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랑 똑같이 자신이 환자라는것을 잊고

술로 담배로 노름으로 외도로 찌들어 사는분들도 계시고....

오래 자리하고 있다보니 자격지심인지 텃세같은 묘한 우월감도 가지고 계셔서

환자는 왕이요 그분들을 섬기는 간호사나 도우미분들은 조금 눈 아래로 보는 경향도 있고....ㅎㅎ

 

병원 생활을 오래하시다보면 병이 굳어져서 합병증으로 중환자가 되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음달이면 제가 근무한지  꼭 일년인데 그사이 다섯분은 소천하신것 같습니다.

 

며칠전 이었습니다.

70 중반이 되신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배필되시는 할머니랑 그야말로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 상이신

정감이 있고 인정이 뚝뚝 묻어나는 분들이셔서

많은 환자분들 중에 밥 한 그릇이라도 더 드리고 싶고 국 한 그릇이라도 더 드리고 싶어지는 분들이시라

나름대로  제가 가진 권한안에서 좋은것으로 대접해드리려고 하니까 그 마음이 전하여져 인지

그분들도 저희 부부를  참 예뻐하십니다.

남편도 성심으로 환자들을 대해드리니 다들 좋아들하시고....

 

옛 학교부지를 개조하여 만든 요양원이라 교실 한 칸을 구역으로 나누어 개인 방들을 쓰게 하시는데

방마다 조금씩 다르니 어느방이 비어서 자리가 났다 싶으면 볕이 잘들고 조용한 방이다 싶은 방은

서로들 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하십니다.

어느 날 그 할아버지 계신구역의 옆방에 계시던 분이 위중해지셔서 본원으로 이송을 하시고

그 방을 서로 차지하려고 무언의 쟁탈전이 있는것 같았어요.

며칠을 시끌시끌 한것같더니 젊은 분이 차지를 하시고 다툼중에 그 할아버지가 젊은이와 다투면서

심한 대우를 받으셨는지 너무 맘을 상하셔서 기력을 잃고 누우시더니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음식도 거부하시고 혼미하고 위급한 상태가 되어서 급기야 남편이 앰블런스로  본원으로 이송을 했습니다.

 

이 틑날 주일이라 집에서 잠시 쉬는 시간인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그 할부지가 많이 위독하시다던데 기도 좀 하그라...."

( 이럴때 보면 되게 믿음 좋은 사람같아 보인다는.....ㅎㅎ)

" 알았어요!~"

말이 고마워서 대답을 하고는 기도를 하는데 운명하실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자 맘이 급해져요.

 

'안되겠다 일단은 가서 복음을 전하자 ...그냥 보내고나면 주님께 책망을 들으리...'

 

복음을 아는 자로 어찌 그 상황에서 가만 있을 수 있겠어요.

버스를 타고 응급실로 성경책을 가지고 달려갔습니다.

중한자실로 들어가니 할머니가 근심어린 얼굴로 맞습니다.

 

"아이구!~ 새댁이가 우얘 이리 여기까지 왔노 안 바뿌나!~~"

 

제 등을 두드리시며 반갑게 저를 맞이하시는 할머니 손을 잡아 드리고 할아버지를 보니

코에는 산소호흡기를 꽂으시고 링겔을 단 채로 눈은 촛점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 할배!!!!~~할배!!~~~~ 저 좀 보이소예~~ 할배!~~"

몇번을 숨 넘어가듯이 불러대니 희부연 눈동자로 제게 촛점을 맞춥니다.

 

" 할배가 영 맘이 상했는지 요번에는 통~곡기도 끊고 아무것도 묵지를 못한다 아이가!~우야꼬~

  며칠 째 죽도 한 방울 안 넘긴다아이가!~"

할머니는 온통  주름이 조골조골하니 가득한 얼굴로 깊은 근심의 한숨을 쉬며 탄식을 하십니다.

 

"할배!~~~ 저 누군지 알겠습니꺼예??? 할배!~~~~ 저 좀 보이소예!~~~~ 할배!~~"

줄기차게 불러대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십니다.

 

" 식당에 밥 주는 사람..."

" 하이고~~ 새댁이를 보이 할배가 말문이 터지네~~ 며칠 째 입 다물고 있더만!~ 우야꼬!~ 희안하데이~"

" 할배!~ 제가 기도 좀 해드리까예? "

 끄덕끄덕~~

 

마침 따라들어 오신 병원권사님이 할아버지가 예전에 주님 영접도 하시고 아멘도 하신다며 함께 기도해드리면 좋겠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친김에 저는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해드렸습니다.

 

" 예수앞에 나오면 모든 죄 사하고!~~♪...."

 

간절한 맘으로 기도를 해드리고 무엇이라도 드시면서 힘을 내셔야 한다고 하니 물끄러미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방 문제로 맘이 상해서 아무것도 입에 대지를 않으시니 기운이 쇠진하셔서 거의 탈진 상태이셨습니다.

만약에 이 상태로 운명하신다면 가만 안 있을거라며 할머니의 분노도 대단하셨습니다.

맘이 순하고 고우신 어른들이시니 조금 젊다 싶은 환자가 심한 언행으로 폭언을 하신것이

가슴에 박혀서 분노가 쌓이고 우울이 겹친터라 위중해 지신것 같았습니다.

그날 부터 전 바로 집에서 죽을 쑤어서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입에 넣으려 하시지 않다가 제가 죽을 쑤어서 억지로 빨대로 꽂아 입에 물려드리니

눈을 꿈뻑 거리시면서 숨을 몰아쉬면서도 쫄쫄 잘 드셨습니다.

 

"하이고!~~ 희안하데이!~~ 입도 안 열두만도~~~ 새댁이가 드리는거는 우찌 이리 잘 묵노!~

  기가 찬데이!~ 옳지!~~ 옳지~~~ 쪼매라도 더 드소!~ 영감!~~ "

 

우히!~~

조금 기력이 회복되신듯 해서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가보니  또 정신을 놓았습니다.

 

누군지를 몰라보는것.....

흐미...무슨일이랴 ..결국 가시나...눈동자는 허공을 향하여 있고 숨은 몰아쉬고...

바쁜와중에도 들락날락 하며 주님께 맡기며  임종기도를 해드리고.....

그 다음날 가니 함께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던 한 분이 숨을 거두시고...

줄 초상이 날 판국.....

그 다음날도 이젠 안 되겠거니 하는 맘으로 다시 들려 머리맡으로 가까이 가 뵈니

 

할아버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그레해진 얼굴로 저를 똑바로 바라보시더니 갑자기 하시는 말!!~

 

" 까꽁!!! ~~~~ "

 

헉!!!!!!~~~~~~~~~~~~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중환자실에 있던 분들과 할머니와 저는 갑자기 저를 보며 내 뱉은 할아버지의 "까꽁!~" 소리에

아주 ~~ 배를 잡고 웃고 난리가 났습니당!~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대체 이게 무슨 조화래요!~~~~

 

" 할배!~~~~할배!~~~ 까꽁??? 까꽁??? 나 누구게요???? 나 누군지 알아요오??? 푸하하하하하!~~~ "

" 까꽁!~~ ㅎㅎㅎㅎㅎ "

아이구!~~

참나!~~~~

나참!~~~

참말로!~~~ 이 무슨 일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엊그제까지 숨을 몰아쉬며 운명직전일것 같으시더니~~~

" 까꽁!~~" 하며 장난을 치시는 울 할배요!~~~~~~ ㅎㅎㅎㅎㅎㅎ

이 할아버지 절대로 장난을 치시는 분이 아니시걸랑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수상태시더니 모가 잘못되셨낭!~~ ㅋㅋㅋㅋㅋㅋ

 

중환자실의 무거운 분위기가 갑자기 개그콘서트장이 되었다는거 아닙니까용!~~~

 

할배는 이 후로 제가 끓여드린 죽을 열심히 드시고는 기력을 찾으셨고

오늘 드디어 본원에서 퇴원을 하셔서 요양병원으로 저녁즈음에  돌아오셨습니다.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으시고 살 소망을 끊고는 분노의 상한 맘으로 죽음을 향하여

넋을 놓으시다가 제가 철부지같이 재롱을 부리며 하나님 부르시면 가실 때 가시더라도

 다시 요양원으로 꼭 돌아오시라고 채근을 해대니 상한 맘이 치유가 되시고

살 소망을 다시 가지신것같습니다.

 

저녁 식사 배식을 해드리려 그 방을 지나는 순간

다시 들려오는 할배의 " 까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침대칸에 앉으셔서 까꽁을 하십니다.

조금있다보니 방에 내려앉으셔서 식사를 하시며

할머니랑 같이 "까꽁" 을 합창하십니다.

" 새댁이가 울 할배를 살렸데이!~~ 고맙데이!~~~"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두 분의 " 까꽁 " 소리가

얼마나 오늘 우리들을 감동하게  해 주셨는지요!~~

 

이제 내일도 모레도 매일 매일 밥을 가져다 드리면

"까꽁" 의 인사가 복도를 울릴것 같습니다.

 

죽음에서 다시 기력을 찾아 돌아와 삶의 인사로 화답해 주신 울 할배의

 

" 까꽁!!!! "

 

하나님 아버지!~~~

까꽁~!~~~까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라나타!!!!~~~~~~~~~~~~~~~~

" 까꽁"

 

천국에서 다 같이 함께

"까꽁" 을 합시다!!!!!

 

 

좋으신 하나님!~~

주님께 영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