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금이의 방/* 능금이수필

다시 만나거든........

능금이 2005. 8. 27. 13:42

 

 

 

   며칠전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얘기를 듣다가 마음이 착잡해 졌다.

 

   대충 줄거리는 어떤 시어머니가 슬하에 딸이 없어서 며느리를 맞이하면 같이 목욕도 가고 등도 밀어주고   꼭 그러면서 살고 싶었다는 것이다.

 

   드디어 며느리를 들였는데 새댁은 같이 목욕 가자고 하시는 시어머니가 영 어려워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자꾸 따 돌리고 말더란다.

 

  시어머니가 조르다가 그만 지쳐서 섭섭하지만 포기하고 옆집 친구분과 그 댁 딸이랑 찜질방에 가서 맛난것도 드시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한 걸 자랑하시더란다.

 

  그러니까 그 며느리가 죄송해서 마음을 바꾸고 시어머니께 먼저 손을 내밀어 같이 목욕탕에 가서 재미나게 목욕도 하고 맛난 것도 같이 사 먹고 했다는 얘기였다.   

 

   그 시어머니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 하시는것을 보고 며느리도 기뻐했다는 얘기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작년 봄에 돌아 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났다.

 

  나의 시어머니는 욱 하시는 성격이시라 앞 뒤 생각 없이 말씀을 뱉으시고 듣는 사람 마음은 잘 헤아리지 못하시는 분이어서 모시고 살 때에 참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시던 어른이 고혈압으로 중풍을 맞아 쓰러지시고 나서는 많이 약해 지셨다.

 

  돌아 가시기 전까지 2년 여를 고생 하시면서 제일 힘들었던게 바로 목욕을 시켜 드리는 일이었다.

 

  왼쪽 수족을 못쓰는 상태여서 혼자 움직이시지 못하셨기 때문에 목욕을 해야 할 때면 날을 잡아서 마음먹고 해야 했다.

 

  나보다 덩치도 훨씬 크시고 체중도 많이 나가는지라  힘이 많이 들었다.

 

   때를 다 밀어 드리고 나면 얼굴이 벌겋게 상기 되어서 팥죽 같은 땀을 뻘뻘 흘리는 며느리를 보기가 미안해서인지

 

  "애고~ 내가 어서 죽어야 할낀데........니를 이래 맨날 욕 보인다...."

 

  하셨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마음에 없는 소리이신줄 나는 안다.

 

  왜냐면 딴 사람들 한테는 손자 장가 가는 것은 보고 죽어야지 하시고 ,아들이 살만 해지는 것은 보고 죽어야지 하시면서 한탄을 하시곤 했으니까............

 

   집에서만 계시는게 딱해 보여서 시어머님 형제분들을 함께 다 모시고 온천에라도 다녀오는 날은 애고 세상 참 좋다야 하시면서  노인네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시고..........

 

  그런데 돌아 가시기 얼마 전 목욕을 시켜 드려야 할 날이 조금 넘었는데도 바쁘고 해서 오늘 내일 미루던 차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몸이 불편하셨어도 잘 드시고 거동이 불편 할 뿐 다른데는 별 탈이 없어서 '10년은 넘어 사시겠다' 하고 마음으로 각오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

 

  당신 편하시려고 그러셨는지 진짜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셨는지 아침 잘 드시고 아무도 집에 없을 때 혼자 마당에 햇볕 쐬러 나와 계시다가 쓰러지셔서 마지막 모습도 못 뵈고 돌아가셨다.

 

  저녁에 가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 선 순간 마당에 쓰러져 계셨던 어머니!

 

  이미 숨은 끊어졌고 언제 돌아 가셨는지도 알 수 없었다.

 

  숨이 끊어진 어머니를 본 순간 !

 

   제일 먼저 뇌리를 스치는생각은 마지막 목욕을 못 시켜 드렸다는 자책감이었다.

 

  ' 미루지 말고 아침에 씻겨 드릴걸.........'

 

  시신을 방으로 모신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물 수건을 가져다가 어머니 몸을 닦아 드린 것이었다.

 

  웬지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는 왜 어머니의 시신을 닦았을까.

 

  어머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장례를 치르면서 시고모님께서 시신을 만지면서 손톱이 너무 짧아 저승주머니에 담을 것이 없다시며 질부가 어지간히 깨끗이 봉양을 해 드렸나보다고 말씀하실 때 난 마음이 찔렸다.

 

  ' 아닌데요.....마지막 목욕도 못 시켜 드려서 깨끗치 못하시답니다...'

 

  살갑게 마음을 살펴 드리지 못하고 다정하게 대해 드리지 못해서 걸리는것 외에 다른걸로 마음에 걸리는것은 없지만은  마지막으로 목욕할 때를 놓쳐서 그냥 보내 드린게 더 마음에 걸린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었더라면...........

 

  조금만 더 귀찮아 하지 않고 아침에 목욕을 시켜 드렸더라면 마지막 모습도 깨끗하게 가셨을 텐데.......

 

  거기 가시니 더럽다고 문전박대 하지 않으시던가요? 

 

  다 우리 며느리가 꾀가 나서 농땡이 치는 바람에 못 씻고 왔다고 저 한테로 미루세요.

 

  어머니....

 

  거기는 근사한 목욕탕 있지요?

 

  예수님의 보혈로 씻을 수있는 멋진 목욕탕이 있지요?

 

  어머니의 영혼은 예수님의 은혜를 믿으셨으므로 다 씻겨 지셨고 죄없다 하신 인정을 받으셨으니 괜찮으신거죠?

 

  거기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중에 다시 만나면 제가 씻겨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오늘 따라 어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나네요.

 

 

 

 

                                                                                      2005년 3월 농어촌여성문학10호.